“작고 빨간 십자가”
-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
눈에 갇혀 꼬박 교회에서 밤을 지새우던 날, 오하이오에 계신 누님으로부터 영화한편이 날아왔습니다. 89세의 강계열 할머니와 98세의 조병만 할아버지의 76년간의 혼인의 삶이 녹아있는, 두 어른이 주연으로 등장하시는,,,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래서 한참을 부모님과 인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곳곳에 설정인 듯 기독교 세계관과 다른 부분이 등장하지만, 두 분의 삶의 전 내용에 흐르는 부분은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죽음을 말하는 듯 전개됩니다.
할아버지 曰 "봄이 돼서 꽃이 피면 참 예뻐, 거기서 딱 그대로 멈추면 좋은데 가을 되면 서릴 맞고 떨어진단 말이지. 다 헛게 돼." 쇠잔해져가는 육체를 통해, 풀의 꽃과 같이 떨어져 바람에 날리우는 인생의 본질을 말하는 이사야서의 말씀들이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남편을 향한 할머니의 태도는, 죽음이 육신의 이별에 대한 깊은 슬픔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육체에 한계, 질병과 고통에 갇힌 제한적인 사랑의 만남이 아니라, 영혼으로 다시 만나는 영원한 회복/영원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참 아름답고 순수한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고 슬프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 가장 마음의 감동은 마지막 장면, 묘지앞에 놓인 명패에 걸려진 작은 빨간 십자가였습니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중에 묘가 안장이 되었는데, 그 앞에 작게 놓인 명패, 그 명패애 그려진 아주 작고 빨간 십자가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그순간 정말 깊은 감사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목사의 눈에/성도의 눈에 보여지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100세를 장수하여도, 예수안에 죽음으로만 복이 있는 것이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빨간 십자가를 보면서, 영화속의 설정과 무관하게, 마음은 감사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목요일 유창현 집사님의 부친 故 유재훈 성도님의 천국환송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가정과 가문에서는 처음 드리게 된, 천국환송예배에 대한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도 국화송이로 장식된 영정사진앞에 작고 빨간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땅의 아무리 많은 부귀영화 장수를 누린다하여도, 공부를 많이하고, 명예와 지식을 자랑할만 하여도, 죽음의 날에, 이 작고 빨간 십자가... 故 조병만 할아버지, 故 유재훈 성도님, 훗날에 우리모두에게 그려질 빨갛고 작은 그 십자가가 있음으로 삶은 감사와 소망이 넘치는 것입니다.
가정의 첫 신자로서, 상주로서, 힘든 영적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유집사님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승리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십자가의 은혜로 천국으로 입성하셨습니다. 승리하셨습니다. 우리도 힘써 그 길을 따라갑시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Rev. David N. J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