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뚝배기의 존재 목적은 장맛을 위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인데, 형식이 좋아도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장의 맛에 방해가 되는 뚝배기라면 제 아무리 예쁜 것이어도 아무 존재 가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포도주와 부대에 비유하면, 부대가 너무 낡아서 귀한 포도주를 담을 수 없다면 결국 그 부대 용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을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생명 되신 그리스도 당신, 복음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이를 새 시대의 새 부대에 담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공생애 사역 내내, 당신의 생명의 복음을 나누고 담을 그릇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셨습니다. 복음을 담고 나누는 그릇, 그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그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신약교회가 예수의 생명을 담은 참된 부대가 되어야 함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신약교회에 예수 생명이 가득 찬 공동체를 세우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는 예수님, 예수 생명을 담을 수 있는 깨끗하고 귀한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으로 충만하고 예수님을 환영하고 예수 생명을 노래하며 전하는 곳, 예수 생명의 향기가 진동하는 곳, 바로 그곳이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인 것입니다. 본질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진리는 항상 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것임을 말씀하는 것이다. 생명을 간직한 가르침이기에 쇠퇴하거나 낡아지지 않고, 날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기쁨과 환희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그토록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손길을 거친 성경의 교훈이 오늘날에도 항상 새롭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유는 생명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된 진리의 복음을 받아들인 자는 누구나 복음이 항상 새롭게 다가오고, 그 인생이 날마다 새로운 변화를 맛보게 됩니다.
교회사를 보면 이 가르침이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실제로, 초대교회로부터 지금의 현대 교회에 이르기까지 복음은 항상 새로운 것이었고, 새로운 감격속에 많은 전도자들이 피끓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능력(DIUNAMIS)의 복음으로 증거되었습니다. 어떤 상황과 형편과 조건에 있어도, 복음을 받아들이면, 복음으로 말미암아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기적 같은 주의 은혜가 저들의 삶 가운데 온전하게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환경으로 교회가 복음의 싱싱한 생명력을 담아내지 못할 때, 낡은 포도주가 버림을 받듯이 버려지고 말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와 주님의 교회는 예수님의 생명을 담을 새 부대로서 늘 새롭게 준비되어 가고 있는가? 힘들고 어렵지만, 개혁의 과정을 지나면서 날마다 새롭게 예수 생명을 넉넉하게 품어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그 개혁의 과정이 무엇입니까? 교회의 본질을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으며, 계속하여 회복의 과정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회 사이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지상에서 모든 교회는 사이즈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교회로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질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이 가난해도, 그 집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가족이라면 그들을 가리켜서 명문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온 식구가 김치하나 밥 한 공기를 두고 둘러앉았다 하여도, 아버지 먼저 숟가락 드시기를 기다리는 가정은 명문가문의 싹을 보여주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고 초라한 외관이어도, 사람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여도, 복음의 본질인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담고 있다면 그 교회는 명문 교회이며, 새 포도주의 새 부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외관이 훌륭하고 좋아보여도, 예수 생명의 복음에 터치되지 못한다면 주님이 버리시는 낡은 포도주 부대가 될 뿐인 것입니다
큰 교회도 있고, 작은 교회와 중간교회(?)도 있고 여러 형태와 사이즈의 교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이즈는 하나님앞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고 누리고 나눌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사이즈는 그저 낡아질 가죽부대와 같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잘 담고 나누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이즈는 상관이 없습니다. 큰 교회라고 이상한 눈으로 볼 것도 없고, 작은 교회라고 무시할 것도 없습니다. 오직 한가지, 예수 생명의 복음을 잘 담고 있으면, 크다고 타락하지 않을 것이며, 작다고 해서 스스로 왜소한 마음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작지만 나는 복음의 뼈대있는 명문 교회에 다닌다고 더 자존심 쎄게 교회자랑하지 않겠습니까? 큰 교회, 중간교회, 작은 교회, 아주 작은 교회, 모두 주님의 생명복음의 포도주를 담고 나누는 새 부대가 되면 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