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옳고 저는 틀렸습니다.
미국에 있다 보면, 한국에서 가끔 전화가 옵니다. 여러 가지 이유기 있지만 신앙상담일 경우가 많습니다. 태평양 건너에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도 조금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회 내에서의 갈등의 문제들, 행정적인 일들,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상담을 합니다.
어느 날 은퇴 권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속이 상해서 저한테 전화를 한 것입니다. 내용인즉, 은퇴 권사회에서 헌신예배를 드리는데 당신이 사회를 보셨다는 겁니다. 사회를 본 다음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날 목사님 설교가 용서에 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일흔 번에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권사님이 잠깐 자기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용서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고서는, 아주 잠깐 딴 생각을 했는데 그때 목사님께서 단 위에서 한마디 하시더라는 겁니다. “권사님, 졸지 마세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와하고 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와 수모를 당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이가 여든이 넘어서 이런 수모를 당하고,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저에게 전화하신 겁니다.
제가 어떻게 상담을 했겠습니까? 한참 있다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권사님, 목사님이 졸았다면 조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분이 더 속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목사님이 졸았다면 졸은 것이라고?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러시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한 참 지난 다음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가 와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역시 목사님 말씀이 맞네요. 제가 졸았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목사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제게 집중하라고 영적으로 저를 깨우시는 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용서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에 좀 더 목사님 말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맞기에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 같습니다. 딴 생각하지 말라고 나를 깨우시려고 목사님을 통해서 그 말을 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답이 돌아온 것입니다. 이분이 저의 모친이십니다. 연세가 드셔도, 인생의 연륜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마흔일곱에 혼자가 되셨기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는지 제가 잘 압니다. 그래서 만사에 저도 지극히 당연하듯이 늘 어머니의 편을 듭니다. 그러나 영적인 문제,교회와 예배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자식이 아니고 목사로서 어머니의 영혼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면, 늘 어머니가 인천공항까지 따라오셔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십니다. 떨어져 못 보는 사이에, 어머니 자신에게 무슨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 다시 볼까? 싶은 그런 마음이 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혹여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한국나라가 있고 저기는 미국나라가 있듯이, 저곳 하늘 위에는 천국나라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가 이렇게 태평양을 건너서 가듯이, 우리 모두는 요단강을 건너서 저 영원한 천국 나라로 가게 됩니다. 그곳은 더 이상 이별도 슬픔도 ㅇ없는, 잘사는 미국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곳이에요. 혹여 내년에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좋은 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기도만 해 주세요.” 이렇게 위로하며 기도합니다. 그러고 헤어져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전화를 드리면, 늘 “안전벨트(?) 꼭 하고 조심하게 가라고 하십니다.” 비행기에서 무슨 안전벨트를 할까요? 그만큼 어머니의 마음이 애달프다는 것을 드러낸 표현이시겠지요.
한국에서 교역자 생활할 때부터 지금까지, 액수 변동 없이 용돈을 드립니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목사라고 적은 돈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것 보내는 목적은 딱 한 가지입니다. 담임목사님과 한 달에 한 번 꼭 식사하시라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제가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혹여 하나님이 부르신다하여도, 제가가서 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때를 맞추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머니 장례위원장은 제가 아니라 어머니 교회 담임목사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한국을 방문할 때도 꼭 빠지지 않는 효도가 있는데,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님 담임 목사님 모시고 식사하는 것입니다. 목사님하고 어머니 사이에 막힘이 없도록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간혹, 어머니 교회에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게 말씀합니다. ‘아들이 목사인데, 어머니는 교회와 목사님 중심으로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때로는 무조건 어머니 편을 안 들어주는 아들로 인해 섭섭하기도 하시겠지만, 그게 어머니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입장과 견해가 있어도, 어쩌든지 목사님 편을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목사님 편을 드는 것 같지만, 진실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쪽에 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상황과 환경을 넘어서서 하나님 편에 서는 것, 그것이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하나님 쪽에, 목사님 쪽에, 교회 쪽에 서게 될 때에, 실제로는 어머니를 가장 위하는 쪽에 서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사회를 보시던 연로하신 어머니가 마음을 다쳤다면, 자식으로서 얼마나 흥분할 일입니까? 그러나 제가 같이 흥분해서 어머니에게 유익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어머니를 복되게 하는 일, 그것은 어머니가 그 담임 목사님이 조금 오해할 수 있고 인간적으로 부족함이 있어 보여도, 목사님 말씀에 더 잘 순종하고 섬기며 신앙생활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유익을 구하는 길이며, 어머니에게도 복이 되며, 멀리 타국에 있는 제게도 복이 되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된 신앙의 사람들은 신앙의 문제에 있어서, 특별한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내 생각이 맞다 싶어도 그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는 틀렸고, 하나님은 옳습니다.”, 여기까지 가는 것입니다. 마침내, 하나님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고, 하나님이 싫어하시면 아무리 좋아보여도 싫다고 정색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더 복된 성도는 하나님의 옳으심에서 더 나아가 지상교회와 목회자의 부족함이 있을 찌라도 최선을 다해 ‘교회의 옳음과 주의 종의 옳음’을 인정하며 신앙생활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교회와 주의 종을 바라보며, 타락한 교회와 타락한 목회자를 전제하고 바라보는 데 너무 쉽게 익숙해져 있음을 봅니다. 그들이 간과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교회와 목회자의 타락보다 더 크고 위대하신 살아계신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 당신의 자녀들과 교회를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몰이해를 가지고 접근하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교회의 건덕과 유익함앞에 그렇게 썩 좋은 신앙의 열매들을 맺을 수 없는 것을 봅니다. 주의 몸된 교회의 분열과 상처와 아픔을 만들어 내는 데 빠른 것을 봅니다. 이것은 결코, 성숙한 하나님의 사람이요,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참되고 복된 성도의 삶은 항상 ‘주님은 옳고, 나는 틀렸습니다.’라는 자리에 이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복된 신앙의 자세위에, 당신의 깊고 놀라운 섭리를 드러내시고, 그들을 통해 주님의 역사를 간증하는 놀라운 일들을 드러나게 하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