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성도들 심방을 합니다. 화요일은 주일 구역보고서를 토대로 심방이 꼭 필요한 곳을 정해서 심방을 합니다. 그래서 화요일의 경우에는 약간은 영육간에 어려운 문제가 있는 분들이 심방대상이 됩니다. 이에 반해, 목요일에는 구역별 혹은 지역별로 살피는 가벼운 심방을 합니다. 꼭 문제가 생겨야 심방을 한다면 평생 수고와 기도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심방 받을 일이 전혀 없을 것이기에, 주중에 하루는 그렇게 전체를 스크린 하듯이 합니다.
화요일 심방이 목요일 심방보다는 당연히 마음에 어려움들이 크지만, 큰 차이 없이 심방에는 항상 후유증(?)이 따르는 것을 봅니다. 목회 길에 부름 받은 지가 서른 해(1992-2022)를 지나가지만, 심방후에는 늘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육신의 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심방을 마치면 육신의 피곤함이 갑절로 몰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영혼의 상태와 육신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영과 육은, 한 하나님이 지으신 일체임이 분명합니다.
심방을 통해 여러 성도들을 돌아볼 때면,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됩니다. 비즈니스 현장을 심방해서는, 어디서 백지수표를 구해 와서 원하는 액수만큼 써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심방 예배가 길어지기도 합니다. 할 말이 많은 것이죠. 또 어떤 분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싶은, 육신의 질병에 고통하는 분을 만나 같이 몸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받은 은혜를 다 까먹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말을 쏟아내는 분을 만납니다. 내가 믿고 섬기며 사랑하는 하나님을 향해 민망한 말을 함에도, 그것을 듣고 있어야 할 때는 발을 땅에다 구르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집니다. 이럴 때는 입을 꼭 닫고 버티는 것이 좋습니다. 원망과 한숨이 가득한데, 뭐라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방에 절대금기 품목인 야단치기를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저 덩그러니 바라만 보다가, 말없이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방 중에 가장 큰 벽을 만난 것처럼 제일 힘든 순간은 바로 대화 자체를 할 수 없을 때 입니다. 전도대상을 만난 것 보다 더 큰 벽이 느껴지는 대상입니다. 이해를 시킨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엄마 배속에서부터 교회를 오래 다닌 분입니다. 연세도 작지 않습니다. 게다가 교회와 성경에 대해서도 웬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예수를 그렇게 오래 믿고서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위에 자신만의 생각을 사상화해서 고집스럽게 성을 건축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돌짝밭처럼, 가슴에 돌멩이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경험, 자기 생각, 자기 지식들이 단단하게 돌멩이로 차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신자의 삶의 영광과 기쁨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몹쓸 종교인의 위치만 가지고 있는 불쌍한 영혼입니다.
신자의 삶이란, 예수님과 결혼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이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포기하고 지고 항복해야 합니다. 한쪽에서 그렇게 해야지, 마침내 함께(together)하는 기쁨을 맛보고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한쪽이 어디이겠습니까? 당연히 연약한 인생이 주님앞체 항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능하신 주님과 죄악된 인생의 만남에서, 인생이 주님을 이기려 해서는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사상으로 이겨 보려고 합니다. 정말 답이 없습니다.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 자신을 맞추어 가는 것입니다. 오직 주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 항복을 통해 마침내 하나됨의 행복을 이루어 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길이 없는 여기에, 길이 있다고 착각을 하기에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심방의 마지막은 기도 외에 답이 없음을 절감하며 심방대원들과 같이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주님,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으되, 주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 이분의 환경을 완전히 새롭게 기경(起耕)하여 주옵소서. 돌짝밭을 갈아 엎으셔서, 돌멩이들이 고운 가루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지상교회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특히 심방하며 영혼을 돌보는 모든 일의 마지막 결론도 역시성령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심방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방은 계속됩니다. 심방에 후유증들이 항상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목자가 양을 만나지 않고서는 양의 고통스런 현실에 직면할 수 없기에, 꾸준히 한결같이 돌아봅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성도가 하나님 앞에 빨리 항복할수록 더 많이 빨리 행복해지듯이, 심방을 돌아보는 목사도 동일한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빨리 항복해라. 항복하고 맡길수록 더욱 행복한 목회가 될 것이라는 음성입니다.
동료 목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스스로 목회 우울증, 공황장애에 빠진 것 같다는 자가진단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 것,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지는 것, 가슴에 예기치 않은 울렁거림이 나타난다는 것, 등등을 증상으로 표준하여 이야기합니다.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심방전투(?)를 치루면서 학습하게 된 것은, 이러한 증상의 배후에 “욕심과 갈증”이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항복하지 못한 무엇이 있기에 그러하다는 사실입니다.
목회가 무엇입니까? 목회는 누가 합니까? 절대적으로 주님의 일이며, 주님이 책임지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뜻에 부름받은 종(Slave)들입니다. 종에게는 자기 결정권이 없습니다. 주는 대로 먹고,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생사 박탈권까지 그분 손에 올려드린 존재가 목회자입니다. 그렇다면, 종은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려하면서,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은 종의 주인 되신 하나님앞에 그릇 행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항복하지 못하고 항복이 덜 되어서, 처세의 목회를 하려다보니 몸과 마음과 영혼이 답답하고 어려워진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구를 탓함이 아닌, 저의 신앙고백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항복하는 심정으로, 그런 가난한 마음으로 심방을 돌아보면 무척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가 생겨납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심방 대상자가 원하는 그 필요를 대신 채워주고싶지만,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기도를 대신 구함이 심방의 절대요소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도 몸도 가볍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빛 앞에 저들 스스로 나아오지 못하기에, 그 빛을 말씀과 기도가운데 비추어 주기 위함이 심방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은혜를 구할 따름입니다. “주여 우리에게 은혜를 주옵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주여 우리와 성령으로 함께 하옵소서!” 할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