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3같은 목회를 지나는 법
코로나로 인해 잘 만날 수 없었는 선후배 목사님들을 만날 기회가 노회를 통해 주어졌습니다. 공항에서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조우한 다섯분 목사님들이 식사와 커피로 함께 지내온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동석하게 된 후배 목사님의 넋두리같은 탄식과 이에 대한 여러 목사님들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후배 목사님의 첫 마디가 처음에는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목사님, 저 요즘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아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정인즉, ‘교인의 얼마가 교회를 떠나게 되었는데, 성도들간의 갈등에 힘이 빠진다는 이야기, 여기에 더하여, 왜 교회가 조금 부흥하려고만 하면 밑장 빼기 하듯 어려움들이 생기고, 또 열심히 하려고 하면 또 어려움이 생기고, 대체 언제쯤 좋아질 날이 오겠느냐?’는 말씀이 대략적 내용으로 기억이 납니다.
가장 후배되는 목사님의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격한 동의, 재청, 공감’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 그거 내가 겪었던 일인데, 아니 지금도 겪는 일인데, 심각하게 몸살들 했었지~ 등등’의 아주 공감하는 표정들이 역력했습니다. 한마디로, 정해진 코스를 패스하며 지나듯이, 목회자로서 지나온 세월의 연륜과 경험만으로는 절로 해소되거나 해석될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이라는 공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수적 부흥을 통해 목회가 잘 된다고 교만할 이유도 없고, 또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안타까워하며 탄식하고 무기력에 빠질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목사는 평생 고3 학생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3시절에 잠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이면 꼭 수돗가에 가서 세수도 하면서, 학생시절을 통틀어 가장 많이 정신 차리고 집중해서 공부를 하지만, 당장에 열매를 보아야 하는 긴장감에 마음은 급한데 몸과 머리는 따르지 않아, 가장 힘들고 답답한 시기를 지내는 대부분 고3의 생활 모습이 꼭 우리 목회자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목회자 가운데 열심히 하지 않는 이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신학교를 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나님앞에 살기를 작정한 몸인데, 어떻게 하늘의 하나님 면전에서 장난치듯 하며 살 수가 있겠습니까? 실제로 목회자들은 정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도 해도 안 오르는 고3 성적표처럼, 원하는 부흥의 열매를 얻지 못해서 늘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흥을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원하는 만큼 교회의 성장과 성숙이 제자리 맴돌기를 하고, 게다가 조금 좋아질듯 하면 꼭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그 후배목사님처럼 무기력한 마음이 찾아오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사님들은 자신의 목회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장탄식하는 후배를 생각하면서 한마디씩 격려를 쏟아냅니다. 격한 공감가운데 던지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 정답같은 회복의 메시지가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대화의 전부가 생각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때 나온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보면서, 한 교회 이민목회 20년을 지나면서도, 그 후배목사와 결코 다를 바 없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제게 준 답들을 성령의 음성으로 알고 함께 정리해 봅니다.
1. 목사의 무기력증은 부흥을 보게 되면 절로 고쳐진다. 교회가 부흥하면 목사는 아픈 줄 모르고 새벽부터 자정까지 종일 교회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 포기하지 말고, 더욱 부흥을 꿈꾸고 사모하라.
2. 가는 사람 안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말린다는 연애의 법칙이 있다지만 목회는 그렇지 않다. 목회는 가는 사람 잘 보내고, 오는 사람 더 잘 맞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목회는 한 사람 한 영혼에서부터 대박은혜가 시작되는 것이다.
3. 위기가 찾아올수록 성회를 하라. 사무엘의 미스바 성회가운데 블레셋의 침입에도 끄떡없이 더 나은 나라를 세워주신 기적의 하나님을 기대하라.
4. 성회를 하고자 하면, 경비를 염려하고 이로 인해 갈등의 요소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목사님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상의 선배 목사님중에 후배를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별히 성회를 통해서 목사의 마음이 위로를 받고, 목사의 마음이 강건해지며, 목사가 회복되면 다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유명한 목사님들 보다, 가까운 목사님들을 청해서 말씀잔치를 열어보라.
5. 문제를 문제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를 문제삼지 않으면 괜찮다. 다 지나간다. 무기력증이라고 콕 집어서 스스로를 규정해서 말하는 것부터 스탑하라. 문제를 규정하면, 문제가 실체가 되어, 영향력을 가지게 될 따름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믿고 구하며, 때로는 무시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여라.
6. 담임 목회자는 어려운 문제가 찾아와도 호들갑하지 않으며,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가정의 가장과 같은 의연함이 필요하다.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도 가장된 아버지 어머니가 웃음을 잃지 않으면 자녀들의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부흥이 준비되는 징조가 된다. 부흥하는 교회를 보라,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잘 웃는다. 저들이라고 어려움이 없겠는가?
7. 목회자의 길을 가면서 ‘꽃길’을 바라고 시작하는 사람이 몇이 되겠는가? 또 스스로가 꽃길만 걷는 다고 말하는 이들이 참 목자가운데 얼마가 되겠나? 모두가 나름의 고난과 고통의 과정을 통과하며 지나는 것이다. 목회의 고수(?)같으신 선배님 한분의 말씀을 옮겨 본다. 목회는 세가지 고통, 쓰리고(三苦)를 경험해야 축복의 목회가 된다는 말씀이다. “고독을 누려야 주님 임재를 경험하고, 고통이 없는 성숙은 없으며. 고난이 없는 축복도 없다.” 고독과 외로움을 느껴야 비로소 주님을 면전에서 만나고 회복과 축복을 기대하는 목회를 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