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사명과 축복
하나님 중심의 믿음을 고백하면서도, 믿음에 반하는 어리석음을 쉬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큰 은혜를 경험한 후에도, 오래 동안 재물에 붙은 마음을 떼어내지 못해 영적으로 매우 비참해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추해지는 사람들이 많음을 봅니다. ‘예수를 믿어도 물질이 있어야 잘 믿을 수 있고 인정받더라는 생각, 돈 없고 빽 없는 것만큼 서러운 것 없다는 생각, 일단 먹고 살아야 신앙생활도 하지 않겠느냐는 등등’의 생각들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에서 변화의 성숙한 향기가 아니라, 변질되고 썩은 악취만 풍겨내는 것을 봅니다.
많은 경우, ‘내가 땀흘려 모은 피같은 돈’이라는 생각에 매여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형제간, 부모 자식간, 성도간을 세상없는 원수로 만들고, 오늘 교회에서 함께 예배 드리러 모인 사람들이 다음날 법정의 쌍방으로 만나 싸우는 별천지같은 이상한 경우를 만들어 냅니다. 돈 문제만 걸리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의 영광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세상 사람들보다 못한 모습을 연출해 냅니다. 돈만 얻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당하는 부끄러움은 별것 아닌 것같이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아무렴요. 주님이 당하는 수치도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데, 자신이 얼굴이 한번 뜨뜻해지는 것은 새털처럼 가벼운 것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내가 피 땀흘린 돈으로 헌금해서 교회를 세웠다’는 불행한 생각이 신앙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나중에는 교회에 대해서 사사로운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되고, 교회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다가, 갈등과 분쟁을 심화시키게 됩니다. 충성꾼의 마땅한 영광을 스스로 욕됨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입니다. 외려 갑절로 추해지는 통로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지혜로운 사람은 말씀의 조명아래서, 말씀순종의 바탕위에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의식이 늘 존재합니다. 땀 흘리며 성실하게 삶을 감당해야 하고 물질을 모아야 하지만, ‘피 땀 흘려 번 돈’이라는 의식에 앞서서, ‘주의 손에서 받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드리며 헌신한다는 것입니다. 즉, ‘피 땀 흘려 번 돈을 바칩니다’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건강주시고, 직장주시고, 일할 환경주심으로, 하나님의 허락하신 물질을 하나님께 바쳐 드립니다’라는 의식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전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은 주님앞에서 본전생각은 고사하고, 드리고 드려도, 더 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저 거룩한 안타까움만 가질 따름입니다.
물질의 손해 때문에 자신의 재물을 하나님께 기쁜 마음으로 드리지 못하는 자들에게, 예수님은 매우 절망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그것은 재물 있는 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감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부자가 무조건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아니라, 물질에 있어서 자유하지 못한다면, 하나님 섬기는 신앙이 제대로 될 수 없음을 경고하는 말씀입니다.
물질부분에서 자유하고 매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의 유한함과 그 유한한 자신이 가진 그 물질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분명한 생각들을 가져야 합니다. 인생은 무엇인가? 다윗 같은 사람은 스스로의 인생을 나그네, 우거하는 자, 그림자 같아서 머무름이 없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니고, 잠시 살다 갈 인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침안개와 같아서 잠시 머무는 곳이 이 땅이라고 할 때, 인생이 재물앞에서 하나님 섬기는 것과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중에도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 되는 것입니다. 결코 믿음과 신앙을 주의 은혜와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성경은 물질문제로 하나님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에게 경고하십니다. 시편39:4-6에서 그림자처럼 다니고, 헛된 일에 분요(bustle)하며 누가 취할지 모르는 재물을 쌓는 자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누가복음 20장에서는 자기자신에 대하여는 물질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에 대해서는 바보요, 어리석은 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축복의 특권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에는 마땅한 사명과 의무가 존재합니다. 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주신 물질은, 내게 주어진 사명과 의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질을 하나님의 뜻과 달리 임의로 사용하게 될 때, 그것은 사명의 포기이며, 사명에 담긴 하나님의 예비하신 축복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사명의 포기는 곧 축복의 포기를 의미합니다. 사명이 있음은 하나님이 백성에게 예비된 상급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참된 성도는 사명과 책임앞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승리하는 성도는 반드시 주의 교회와 복음의 요구에 대해 피같은 물질 뿐 아니라, 생명까지 바쳐 충성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보다 물질을 더 귀히 여기는 신앙은, 대부분 하나님을 의식하지 못하는 기복신앙의 분류입니다. 그들에게 신앙은 무엇인가? 단순히 복의 조건일 따름입니다. 오직 복이 신앙의 조건이 됩니다. 대상이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돌부처이든, 조로아스터교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에게 복이 될 듯하면 화장실 돌멩이도 섬기는 것이 기복신앙입니다. 자신에게 복이 된다면 신앙정도는 저 멀리 던져 버려도 상관없을 듯 살아갑니다. 그런 관점가운데 살아도 복을 받았다고 성공을 자랑하거나, 내 뒤에 기도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크게 성공했노라하면 정말 최악이 됩니다. 차라리 어렵고 힘들었다면, 돌이킬 기회라도 얻었을텐데 말입니다.
축복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참 신앙은 축복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요구하시는 사명과 순종의 삶을 쫓아갑니다. 사명에 대한 믿음과 순종의 그릇위에 채우시는 하나님의 축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축복은 늘 사명과 함께 예비되어 있습니다. 그 사명앞에 순종하기만 하면, 축복은 넉넉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허락이 됩니다. 사명자에게 주님은 늘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십니다. 그리고 채워주십니다. 건강이 필요하면 건강으로, 지혜가 필요하면 지혜로, 물질이 필요하면 물질로 넉넉히 채워주실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믿음과 사명앞에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은도 내 것이요 금도 내 것이니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학개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