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을 지내신 한 분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총장에서 총리로 와 달라는 것입니다. 그 총장님은 썩 내켜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한 평생 학자로서의 삶을 살기 원했는데, 짧은 세상의 영화를 맛보기 위해, 평생의 학문의 길을 포기해야 만하는 그런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때, 대통령이 한마디를 더 했다고 합니다. ‘내가 자네 어려울 때 도와주지 않았는가?’라는 그 말 한마디에 그는 총장직을 내려놓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짧은 총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현상적인 좋음의 기준이 다르기에 외부적인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과거의 은혜를 잊지 않고 보은한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현명함을 넘어서서 그가 가지는 삶의 기준, 인격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자신의 병을 고쳐준 의사에게 고마워서 자신의 재산의 절반을 주었다고 합니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른 것이 인생이라 하고, 머리 까만 인생(?)은 거두지 말라는 험악한 말이 횡행하는 인생사에 약속을 지키는 그는 참 아름다운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됩니다.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미군에게 입양된 어떤 사람에게 그가 태어난 조국 대한민국은 원망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조국이 자신의 생명과 삶을 돌보아 주지 못해, 낯선 타국에 자신의 인생이 버려졌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우연히 종군기자의 사진속에서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업고 자신의 손을 붙잡고 황급히 피난을 떠나는 한 여인의 모습속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어머니가 전쟁통에도 자기를 버리지 않고 자신을 살리려 했다는 그 한가지 사실 앞에, 평생의 모든 회환과 원망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버림받은 인생인 줄 알았는데, 그 사진 한 장의 감격이 원망을 감사로 역전시키는 은혜의 시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도 은혜를 발견한 인생은 새로운 축복의 인생을 살수있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D대학의 학장 겸 경영학과 교수인 어떤 분은 자신이 어릴 때, 공부와 진로를 조언해주고 도와준 분을, 몇십년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항상 ‘제가 그분 때문에 이렇게 잘 되었습니다.’ 늘 그렇게 간증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참 귀한 감동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 사람들도 고백할 수 있는 은혜에 대해, 신자가 삶을 살면서 주님이 베푸신 은혜에 대한 간증이 없다면, 그의 인생은 너무나 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은혜를 모르면 벌레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성도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어떠합니까? 생각해보면, 대부분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받은 것에 비해 감사가 턱없이 부족하여, 늘 원망과 불평이 우리 모습속에 훨씬 더 많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가 부족하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풍성하고 놀라운 은혜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를 모른다면, 그는 정말 벌레만도 못한 못난이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삶의 정황에 관계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잘 기억하고 회복하게 될 때 그 인생은 복된 여정을 지나가게 될 것이며, 마침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감사하는 자에게 주시는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광야 인생길에 온갖 사건 사고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성경은 말세의 현상가운데 부모를 거역함과 은혜를 저버리는 배신의 일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부모의 멱살을 잡기도 하고, 심지어 낳아준 부모를 살인하는 일들까지 보게 됩니다. 현상에 대한 이유와 설명은 다양할 것이지만, 결국 은혜를 기억하지 못함으로 그 인생이 스스로 멸망의 길에 휩쓸려 가는 것입니다. 이민교회를 섬기다 보면, 교역자나 성도들 가운데 자신의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경우를 듣고 보게 됩니다. 어리석기 그지없음을 생각합니다. 은혜는 기억하고 지킬 때에, 그 은혜는 본인이 가장 크고 풍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인데, 원망과 탄식으로 점철된 인생에는 복이 머물 수 없음을 보게 됩니다.
개인을 넘어서 교회와 민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한국교회가 예전의 은혜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새벽기도후에 아침밥을 하는 식당을 찾기 어려워 아파트 공사현장 인부들의 식당에서 조찬을 한 기억이 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밤 문화가 발달해서 도저히 새벽을 깨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명이 모이는 교회에도 새벽기도회 숫자는 수십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밤 문화가 발달해서 흥한 나라가 역사에 있었던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은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은 새벽부터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에 온 민족이 잠을 깨고 하나님 앞에 축복을 간구하며 가난으로 점철된 연쇄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조국교회가 새벽을 깨우지 못하는 것은 혹시라도 하나님의 그 은혜를 잊어버림은 아닌 지,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개인이나 교회, 어떤 나라와 민족이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 그 미래는 축복되지 못합니다. 은혜를 잊어버리는 배신과 배반이라는 말세의 경고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말세지말에 참 지혜자는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은혜, 작은 인연과 도움에도 그것을 은혜로 기억하고 감사하는 삶을 사는 이들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들을 복되게 하시고 광야같은 삶에서 승리하게 하실 것입니다. 감사의 시즌입니다. 겸손히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받은 은혜에 인색하지 않는 복된 인생으로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