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를 지나면서 누리는 행복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울한 소식이 온 세상을 뒤덮는 중에도, 항상 끝을 좋게 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교회마다 여름사역이 가장 활발하게 준비되어야 할 때이지만, 올해는 어려운 형편들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네인 뉴욕이 전염병으로 덮혀버린 지금,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정말 마지막 종말시대를 생각케 합니다. 주님 다시 오심은 이성적인 이해와 판단을 넘어서는, 부지중에 닥치는 충격으로 전율처럼 몸으로 느껴야 하는 것인데, 아마도 그 전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고, 예방조차 할 수 없이 쓰나미처럼 닥쳐 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문명은 우주를 정복할 듯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데, 이곳 땅에서는 부모자식간에 임종과 장례도 대면하여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해로는 불가능한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인생의 참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때입니다.
행복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거나 혹은 그 목표를 강제적으로 탈취(?)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사람이 계획한 어떤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 기쁨과 감격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좋은 신앙인입니다. 삶의 성취가 주는 감격들은 하나님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교만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감정과 생각이 복받치는 때에,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의 이름앞에 딱 멈추어 세워서 하나님의 영광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행복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상을 받지 못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모둣가 낙오자이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영광을 돌리기에는 무능한 존재라는 말인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일을 성취해서 하나님앞에 영광 돌림도 훌륭한 신앙이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지독한 삶의 어려움과 실패의 고개 마루를 넘어가는 힘들고 지친 여정에 머물러 있다하여도 그런 모든 시간속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찬송을 올려 드릴 수 있다면, 그는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에 제외될 수 없는 여전한 행복자입니다.
마라톤 우승자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감격에 찬 소감을 전하면서 기뻐 감격하며 흥분합니다. 그런데 우승 세리모니가 끝나고 한참 지난 후에 겨우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어떤 선수가 우승자와 같은 동일한 감격과 기쁨을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물어봅니다. 그는 말하기를 자신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완주였으며, 마라톤을 즐기면서 그 뻥 뚫린 시가지를 달리는 내내 마음에 벅찬 감격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전혀 남의 페이스에 맞추어 달리지 않았고, 무리하게 추월하고자 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서 낙심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라톤 풀 코스를 달리는 내내, 건강함과 참가할 수 있다는 환경과 살아있음에 감격하며 행복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더 행복할까?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한 삶을 외부조건의 성취만을 기준으로 정할 때, 사람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보다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목표하는 소수의 자리에 이를 수 있는 이들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삶의 목표보다, 삶 자체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사람은 훨씬 더 인생의 행복경영에 앞선 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타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망과 불평으로 남탓을 하며 자신의 실패를 타당화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삶의 형편에 감사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곧 그의 영혼을 아름답고 존귀하게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세드신 어르신이 청소를 하면서 식당일을 돕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의 형편과 처지를 불쌍하게 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자식들 이름까지 들먹이며 판단합니다. 위로와 도움이 아닌,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실제 그 할아버지의 상황은 무엇일까요? 그는 연세가 많으셔도 그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자신에게 일자리를 준 주인에게 감사하고,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하고, 방구석 노인네로 취급받지 않고 젊은이들과 대화할 자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자기 힘으로 일을 해서 주님앞에 연보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들 손주 손녀들에게 작아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해하는 참 영육간에 건강한 분이십니다. 한마디로 행복 충만한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자족함에서 시작하고, 내가 힘쓰고 애써서 도달해야 될 어느 시점에 이르러 탈취되는 것이 아님을 증거합니다. 행복은 현재적으로 주어진 그 상황에서 주님안에서 누리는 것입니다.
다윗은 여러 상황들이 결핍되고 부족한 그런 존재였습니다.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지 않았고, 어느날 사무엘 선지자가 찾아와 기름부어 왕을 삼았습니다. 열심히 전쟁을 하고 돌아오니, 시기와 질투의 칼이 자신을 기다렸습니다. 광야의 거친 벌판을 살기위해 뛰고 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와중에도 아름다운 시편의 찬송을 하나님앞에 진상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황혼이 짙을 무렵, 자신의 전 인생을 두고 고백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나의 목자가 되시고, 나는 그를 어린양처럼 쫓았더니, 자신은 부족함이 없는 존재가 되어 평생을 살았노라고 참 행복선언을 합니다. 그의 행복선언은 광야의 거친 벌판을 지나면서도, 그 넓은 벌판과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노래하였을 그의 신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을 하늘 위에 두셨나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광야의 삶에서도, 하나님을 놓치지 않고, 그를 찾으며 구하며 만났었고, 결국 광야 거친 바람도 하나님안에서 누리는 다윗의 행복을 빼앗을 수 없었습니다.
행복은 반드시 높은 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의 열매로만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원이라는 찬양의 가사가 너무 좋습니다. ‘삶의 작은 일에도 그 맘을 알기 원하네...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 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내 가는길 만 비추기 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행복이 파괴된 듯 절망적인 염려로 마음이 나뉘어지고, 불편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속에서도, 광야같은 이민생활속에서도, 다윗처럼 얼마든지 기뻐하며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행복은 원하고 바라는 조건과 목표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안에서 누리는 모든 형편속에서의 자족함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