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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리타

글쓴이 : 담임목사 날짜 : 2018-02-28 (수) 09:21 조회 : 286

핸드백 대신 ‘절단된 머리’를 든 구찌 쇼 ‘패션인가, 예술인가’

입력 : 2018.02.28 08:43 | 수정 : 2018.02.28 09:10

구찌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사이보그, 미래의 인간상으로 재해석
얼굴, 어린 용, 뱀 등 기괴한 소품으로 눈길 사로잡아
SNS상에 패러디 게시물 #구찌챌린지 확산

21일(현지시각) 밀라노에서 개최된 구찌 2018 가을/겨울 컬렉션, 모델의 얼굴을 꼭 닮은 얼굴 모형을 핸드백처럼 들고나오는 모델의 모습이 섬뜩함을 자아낸다./사진=구찌
“어머, 저게 뭐야!”

무대 한가운데에 수술대가 설치되고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생기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등장한 모델들은 핸드백 대신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얼굴 모형을 들고나오거나, 어린 용과 뱀을 애완견처럼 품고 나왔다. 어떤 모델의 이마엔 제3의 눈이 새겨지기도 했다.

기괴하고 섬뜩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온 이 쇼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이다. 현존하는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인 구찌는 신상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초현실적인 공상 과학 영화처럼 연출했다. 옷은 더 과감하고 난해해졌다. 뉴욕타임스는 “구찌가 포스트휴먼(post-human·신인류) 시대를 위한 옷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 수술실에 등장한 구찌 사이보그…놀라움 그 자체

모델의 얼굴을 꼭 닮은 얼굴 모형(왼쪽)과 어린 용은 특수효과 제작팀에 의해 약 3개월간 제작됐다./사진=구찌
구찌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미국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가 1984년 발표한 ‘사이보그 선언’에서 착안해 성별, 문화 등 다양한 범주의 경계를 깨뜨리는 사이보그를 미래의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사고방식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구찌의 사이보그는 자연과 문화, 남성성과 여성성, 평범함과 이질성, 정신과 물질을 한데 모으는 역설적 생명체이자 모든 범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스트휴먼으로, 생물학적으로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지만 문화적으로는 인지 가능한 존재다.

런웨이가 펼쳐진 무대는 중앙에 녹색 시트가 덮인 수술대가 놓이고, 하얀 LED 조명이 켜졌다. 이는 재료와 방식을 재구성해 새로운 개성과 정체성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의 작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벽을 따라 놓인 플라스틱 의자엔 관객들이 자리했다. 쇼를 보는 관객들의 모습은 마치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오 병원의 수술실을 재현한 구찌 런웨이/사진=구찌
구찌가 표현한 포스트휴먼은 미치광이 예술가, 혹은 과학자의 창조물 같았다. 의상은 성별, 지역, 문화의 경계 없이 마구잡이로 조합됐다. 90개 착장 중 50개 룩은 머리 장식이 사용됐다. 러시아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삼각형 스카프 바부슈카(babushka)와 터번, 보석 장식의 머리 장식과 두건, 머리와 얼굴을 모두 덮는 복면 스타일의 발라클라바(balaclava) 등 다양한 머리 장식이 활용됐다. 보석으로 장식한 등산용 스니커즈와 메이저 리그 야구팀의 이니셜과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 등 스트리트 감성을 반영한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 얼굴 모형 들고 나온 파격 런웨이...SNS상에 패러디 확산 

패션보다 더 이목을 끈 건 섬뜩한 소품이다. 일부 모델은 각자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머리 모형을 손에 들고 나왔고, 어떤 모델은 이마와 손등에 제3의 눈을 새겼다. 어린 용을 애견처럼 품고 나오거나, 뱀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얼굴과 용 모형 등은 로마의 특수효과 회사 마키나리움(Makinarium)이 3개월에 걸쳐 제작한 것으로, 실리콘과 석고로 얼굴을 본떠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이런 기괴한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양식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앞서 많은 쇼에서 당시대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번 쇼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감성을 접목해 하이브리드의 의미로 확장했다. 

어린 용을 들고 있는 구찌의 모델(왼쪽)과 성녀 마르가리타 초상화/사진=구찌, 위키피디아
머리를 들고나온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유디트를 연상케 한다. 용을 든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 독일 밤베르크 대성당 제단의 초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초상화에서 성녀 마르가리타는 구찌의 모델처럼 어린 용을 품에 안고 있다. 이마에 제3의 눈을 넣은 건 그리스 신화에서 외눈 거인족으로 나오는 사이클로프스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구찌는 2015년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영입 이후 밀레니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명품업계가 불황으로 고전한 가운데 구찌는 전년보다 44.6% 증가한 62억유로(약 8조2300억원) 매출을 거뒀다.

구찌는 이번 패션쇼로 또 한 번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쇼가 공개되자마자 인스타그램에는 구찌 패션쇼의 장면을 복제해 인증샷을 올리는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구찌챌린지(#guccichallenge)라 명명된 이 놀이는 두 사람 이상이 짝을 지어 마치 머리를 클러치 백처럼 든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이다. 모델과 디자이너 등 패션업계 관계들로 시작된 #구찌챌린지는 올해 최고의 패션 트렌드가 될 조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guccichallenge 관련 게시물은 650여 개가 포착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8/2018022800630.html